Pieces of time – 시간의 조각들

여행을 좋아합니다.

평상시에는 일을 치열하게 하는편이라 주말없이 정말 일만하고 정해진 일정이 끝나고 나면 짧게는 2주 길게는 한달정도 여행을 다녀옵니다.

어느 해부터 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식물을 관찰하고 채집하기 시작했습니다.

들에 핀 잡초와 나무의 수피와 잎 꽃과 열매 씨앗을 관찰하는데 채집을 할 수 있는 식물은 채집해서 기록하고 압화로 말리고, 채집할 수 없는 것들은 사진으로 남깁니다.

(채집할 수 없는 나무들)

(채집 한 식물들)

식물을 채집하고 날짜와 식물명을 기입한 후 압화 전용지 사이에 끼워 넣고 그늘에서 두꺼운 책으로 눌러놓고 잘 마를 때까지 기다립니다. 긴 여행일수록 더 많은 식물을 모을 수 있어요.

(친구의 집 마당에서 채집하기)

채집은 보통 친구의 정원에 있는 꽃, 직접 플라워마켓에서 산 꽃, 가꾸어지지 않은 들풀들을 위주로 채집합니다. 외국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고요.

한국으로 돌아오면 채집책을 펼쳐서 잘 말라진 식물들을 봅니다. 어떤 계절에 어떤 여행을 했고 어떤 식물을 보았는지가 책 안에 있어요.

그러다가 문득 내가 여행하며 경험 했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식물을 통해 계절과 시간을 기억할까? 그럼 어떤 방식으로 할 수 있을까? 사진처럼 생생하게 우리가 만들 수 있을까? 여러 고민들을 하다가- 식물도 곤충처럼 표본을 만드는 방식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. 일본에서부터 시작된 기법인데 일본에서는 대중화되어 있는 방식이고, 아직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진 않았어요. herbarium, 하바리움 이라고 불립니다.

아름다운 유리병안에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식물로 식물표본 만들었어요.

Pieces of time

시간의 조각들 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어요.


작은 유리병 안에 투명하게 비치는 식물을 자세히 보면 고요한 숲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. 매 시즌 계절이 달라질 때마다 조금씩 다른 디자인으로 선보이려고 해요. 내년 봄엔 어떤 꽃과 잎, 열매들로 vase를 채울지 벌써부터 설레입니다.